휴식/맛집

홍대 혼가츠? 혼가츠!! 언제가도 맛이 좋은 돈까스 맛집

띠사 2018. 12. 2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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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여자친구와 홍대에 놀러 가게 되었어요.


한참 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나들이를 즐겼는데, 

문득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죠.


자주 놀러 다닌 강남이나 건대였다면

원하는 맛집을 찾아 단박에 들어갔겠지만,

애석하게도 초행길이나 다름없는 홍대에서는

목적지를 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인터넷에서 홍대 맛집을 찾아 몇 군데 가봤지만,

대다수의 음식점이 월요일은 휴무라는

명목하에 장사를 하지 않고 있었어요


배는 점점 고파오고,

그렇다고 동네에서도 먹을 수 있는

프렌차이즈 음식을 홍대까지 와서 먹기는 싫고.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 속에 시간만 계속해서 흘러갔어요.




우연히 홍대 수노래방 옆으로 난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게 되었어요.

그런데 반지하 비슷하게 아래로 깎아져 들어가는 곳에 있는

돈가스 가게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죠.


혼가츠라는 가게 이름을 발견한 순간,

묘한 기시감에 휩싸였어요.


네이버를 찾아보니,

과거 백종원의 3대천왕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돈까스 맛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딱히 먹을거리는 없고,

그렇다고 먹고 싶은 것도 없었던 저희는

결국 백종원이라는 이름에 매료되어 음식점으로 입장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모임을 가지기에는 다소 애매하다고 여겨지는

월요일 저녁 5시 반쯤 식사를 하러 갔기 때문인지,

혼카츠 내부는 굉장히 한적했어요.


돈까스 맛집이 정말 맞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순간적으로 제기될 정도로.


참고로 본격적인 식사 타임이 되면

가게 내부가 꽉꽉 들어차는 것은 물론이고,

밖에서 대기하는 웨이팅줄조차도 엄청나게 길어져요.


따라서 혼가츠에서 한 끼 할 의향이 있다면,

오자마자 대기 명단부터 작성하는 것을 추천해요.




혹시나 분위기 좋은 맛집을 원한다면,

혼카츠는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을 추천해요.

이곳은 로맨틱한 분위기라고는 1도 느낄 수 없는

철저하게 돈까스 맛집 컨셉의 음식점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가게를 찾은 손님 층도

커플보다는 학생이나 친구 단위가 많기 때문에

로맨틱보다는 화기애애함이 더 잘 어울리는 홍대 맛집이에요.






많은 사람의 즐거움이 담긴 낙서들이

온 사방의 벽에 휘갈겨져 있어요.


다소 지저분해 보이는 이 흔적들을 하나씩 훑다 보면,

어렸을 적 학교 앞 분식점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겨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라구요.


혼가츠 첫 방문이었던 탓에

시그니처 메뉴에 대한 정보가 없어

메뉴판을 가볍게 스윽 훑었어요.





돈까스, 나베, 라멘, 우동 등에 이르기까지

일식집에서 팔 법한 음식들이 다양하게 리스트업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고깃집에 왔으면 고기를 먹어야 하듯,

돈까스 집에 왔으니 혼가츠 왕돈까스와

치즈까스 버터갈릭 감자튀김을 주문했어요.


상호명을 달고 있는 음식이 대표 음식이다라는 제 의견과

감자튀김도 먹고 싶다는 여자친구의 의견이

골고루 반영된 결과물이었어요.


백종원의 3대천왕에도 나온 홍대 돈까스 맛집답게

혼가츠에서는 음식이 도착하기 전부터 특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보통 돈까스 가게에서는 1가지 소스만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맛도 개성 넘치는 독특한 맛보다는,

어디선가 맛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공산품까지 사용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혼가츠에는 수제로 만든 3가지 종류의 소스가 있어요.

일반, 딸기, 바나나 소스와 더불어 샐러드 소스까지.


소스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취향에 맞게 선택해 먹는 것이 가능했죠.


본 메뉴에 앞서 미소된장국이 나왔어요.




살짝 짭짤함이 가미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미소된장국의 맛에 가까웠죠.


미소된장국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미지근한 편이었는데,

돈까스를 본격적으로 먹을 때쯤 되니

열기가 다 사라져버려 함께 먹기가 조금 힘들었어요.


국이 조금만 더 천천히 식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돈까스를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기본 반찬은 김치라 생각해요.




돈까스 자체가 기본적으로 느끼한 음식이다 보니,

상쇄시켜줄 수 있는 김치에게로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혼가츠의 김치는 너무 덜 익어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미소된장국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죠.


돈까스 맛집답게 확실히 요리하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어요.


혼가츠 왕돈까스는 처음 나올 때부터

소스가 잔뜩 뿌려져서 나와요.




찍먹파인 여자친구는 갈수록 고기가 눅눅해진다며,

입을 삐죽였죠.


참고로 왕돈까스에 뿌려진 소스는

음식점에서 자랑하는 세 가지 소스 중

하나인 일반 소스와는 다른 거에요.


부먹이든 찍먹이든 별로 개의치 않는,

바삭하면 바삭한 대로 눅눅하면 눅눅한 대로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저로서는 굉장히 만족스러죠.




딱 보기에 양도 굉장히 많았을 뿐만 아니라,

소스도 넘쳐서 흘러내릴 정도였으니.


막상 돈까스를 먹기 위해 준비하다 보니,

사소한 단점이 하나 발견되었죠.

양이 워낙 많은 탓에 잘라도 잘라도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이것은 복에 겨운 투정일 뿐,

실질적으로는 맛있는 돈까스를 곧 맛볼 수 있다는 희망에 젖어

힘든 것도 모르고 열심히 자르기 바빴죠.


혼가츠 왕돈까스에 뿌려진 소스는

시중의 수제 돈까스 가게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스와

색이 비슷했어요.




다만, 맛은 상당히 밍밍했는데,

혼카츠에서 만든 소스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본 소스를 밍밍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혼가츠 왕돈까스에는 소량의 감자튀김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바삭함보다는 눅눅함이 강한 데다가

흔히 맛볼 수 있는 감자 맛 말고는 특색 있는 맛이 느껴지지 않은 탓에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았죠.


반면, 치즈까스 버터갈릭 감자튀김에는

별도의 소스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이점만 놓고 보자면,

찍먹파인 사람이 더 선호할만한 메뉴는

혼가츠 왕돈까스보다 이것이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양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에요.

총 5조각이 전부이니.




비록 이 메뉴를 주문하는 데 크게 일조한

버터갈릭 감자튀김이 따로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혼가츠 왕돈까스와 양만 놓고 비교해봤을 때는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어요.





보통 돈까스들은 튀김 처리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끝부분이

제일 바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안쪽 부분은 오동통한 살코기를 먹는 맛은 좋으나, 

바삭한 식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에요.


하지만 혼카츠의 치즈까스는 모든 덩어리에

돈까스 끝부분과 같은 튀김 처리가 되어 있죠.


덕분에 바삭한 식감이 치즈까스 전반에 걸쳐 느껴져 참 좋았어요.


치즈까스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

치즈가 쭈욱 하고 늘어나는 장면을 쉽사리 목격할 수 있어요.




마치 "그런데 말입니다"를 연거푸 외치셨던

배우 김상중 님이 선전한 모짜렐라 인 더 버거라도 되는 것처럼.


치즈까스라는 명칭에 걸맞게 안쪽에 치즈가 듬뿍 들어 있다 보니,

치즈를 마음껏 누릴 수가 있어 참 좋았죠.




솔직히 처음 음식이 나왔을 때만 해도

양이 적어 가성비가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치즈가 어마어마하게 들어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난 뒤에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치즈까스 버터갈릭 감자튀김을 시킨 핵심 이유라 할 수 있는

감자튀김은 맛이 제법 괜찮았어요.




비록 혼가츠 왕돈까스에 포함된 감자튀김에

달달한 버터갈릭만 뿌린 맛이기는 했지만.


다만, 눅눅함과 함께 퍽퍽한 느낌이 강해,

그냥 감자튀김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 먹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어요.




개인적으로는 3개의 소스 중

가장 궁합이 좋다고 여겨진 것은 일반 소스였어요.


단짠은 진리라는 말처럼 감칠맛이 계속해서 더해진 까닭에

듬뿍듬뿍 찍어 먹지 아니할 수 없었죠.




반면, 딸기와 바나나 소스는 저희 커플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어요.


사과 같은 새콤함이 강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거 같지만,

두 소스 모두 새콤함보다는 달콤함이 강한 데다가 과일 향이 잘 느껴진 탓에

고기와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주의할 점은 일반 소스의 맛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보니,

몇 번 먹다 보면 입맛이 길들여져

다른 소스를 먹어도 큰 감흥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어요.


따라서 다른 소스들을 충분히 먹어본 뒤,

마지막으로 일반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을 추천해요.


일반 소스의 자극적인 맛에 입맛이 길들여진 뒤에

샐러드를 먹어서 그런지 고유의 맛이 적나라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빨간 절인 무에서 나는 맛이 얼추 느껴지기는 했는데,

일반적인 샐러드와는 달리

상큼함보다 달콤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게 조금 특이하기는 했어요.





음식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할 때쯤,

시간으로 따져보자면 저녁 6시가 살짝 넘었을 때쯤,

혼카츠 안은 인산인해를 이뤘어요.




어디를 봐도 사람은 꽉꽉 들어차 있었으며,

사운드 역시 빌 틈이 없었죠.


주문벨이 없다 보니,

사람이 그득그득해진 뒤로는

직원을 호출하기가 내심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직원 수도 많은 데다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덕분에

아무런 제약 없이 주문을 할 수가 있었죠.


또한, 소스가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다 보니,

따로 리필을 요청할 필요 없이 마음껏 부어 먹을 수 있어 좋았어요.


평소 한 번 정도야 괜찮지만,

두 번 이상 소스를 리필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직원분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죠.


이번 홍대 나들이 중 가장 가성비가 좋았던 음식점을 골라본다면,

단연 혼가츠였어요.




양 자체가 매우 많다 보니,

먹어도 먹어도 끝이 다가오지 않았으며,

맛도 훌륭하다 보니 한 입 한 입이 행복했기 때문이에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맛집을 찾아다니며,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로맨틱한 곳은 아니더라도

맛이 끝내주는 맛집에서 엔돌핀이 솟아오를 수밖에 없는

기분 좋은 한 끼를 경험하는 것도 좋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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