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 쉑쉑버거가 처음 생겼을 당시,
미국 본토를 휩쓸었다는 수제버거의 맛이 궁금해 방문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바닐라쉐이크만 진짜다라는
결론을 남긴 채로 발길을 끊었던 기억이 있죠.
쉑쉑버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패스트푸드점치고 엄청나게 긴 웨이팅이에요.
처음 오픈했을 때만 해도 강남역 한복판을 지나갈 때마다
놀이동산의 대기줄마냥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죠.
아무래도 그때 임팩트가 크게 남아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열풍이 많이 지나가긴 했는지,
이번 방문 때는 웨이팅이 거의 없었어요,
기다려서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유의미한 변화라고 느껴졌죠.
입구에는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이 한 명 서 있어요.
입장과 동시에 메뉴판이 주어지죠.
쉑쉑버거의 메뉴들이 일반 패스트푸드점들과는 사뭇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보니,
필연적으로 대기 시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듯했어요.
비록 이번 방문에서는 손님이 거의 없어 줄을 세로로 관통하다시피 했지만 말이죠.
쉑쉑버거의 감성인지,
아니면 수제버거를 판매하는 곳 특유의 감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메뉴판을 채우고 있는 낯선 메뉴들로 인해 선뜻 주문하기가 힘들었죠.
한참을 고민해봤지만 마음에 드는 메뉴는 딱히 생각나지 않았고,
결국 기간 한정 메뉴를 선택하기로 했어요.
쉑마이스터 버거, 할리데이 쉐이크, 치즈 프라이로 구성된 세트 메뉴에요.
할리데이 쉐이크는 원래 크리스마스 쿠키를 주문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품절이라는 말에 헤이즐넛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어요.
핫 오브 핫플레이스라고 볼 수 있는 강남역 한복판에 위치한
쉑쉑버거에서 품절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게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주문이 많으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금세 수긍했죠.
딱히 다른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고요.
특이하게도 오픈 주방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었는데,
넓기도 넓은 데다가 요리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
강남역 핫플레이스라는 사실이 새삼 체감되었어요.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까닭에
음식의 청결 부분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는 것은 덤이었고 말이죠.
'
긴 웨이팅 줄이 있는 수제버거 패스트푸드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쉑쉑버거 내부에는 좌석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배치되어 있는 테이블이나 의자가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느낌이 아니다 보니,
전반적인 인테리어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졌어요.
단순히 햄버거의 맛 외에도 여러 가지 부분에서 차별화된 브랜딩을 하려 노력했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졌어요.
강남역 핫플레이스답게 젊은 연인부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에 이르기까지
내부에는 손님이 바글바글거렸어요.
수많은 문서들을 펼쳐놓은 상태로 대학가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열띤 토론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스러운 눈빛을 장착한 채로 핑크빛 대화를 하는 커플도 있었으며,
동네 마실 나온 것처럼 편안하게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죠.
몰아치는 소리를 감당하지 못한 귀가 이따금씩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맛이 나서 좋았어요.
조금 특이했던 점은 쉑쉑버거에는 유독 외국인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한 3.5대 6.5 정도랄까.
강남역 길가나 주변 다른 가게에서는 그 정도로 많이 보이지 않았던 외국인들이
이곳에는 굉장히 몰려 있었기 때문에 뭔가 색다른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역시나 핫플레이스는 핫플레이스인가 싶기도 했어요.
햄버거를 포함한 패스트푸드는 손으로 들고 먹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손과 관련된 위생처리가 중요하죠.
그런데 쉑쉑버거에서는 물티슈가 따로 제공되지 않았어요.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적이 없을 정도로 음식점이라면 필수라고 생각하는 요소인데,
조금 의외이긴 했어요.
수제버거라 그런지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는 데는 대략 10분 정도의 살짝 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쉑마이스터 버거에는 수제 고기 패티가 두 겹으로 들어가 있었어요.
한입 크게 베어 무는 순간,
고기의 극을 달리는 햄버거라는 표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죠.
미니 양파로 만든 샬롯 튀김이 햄버거에 들어가 있기는 했지만,
두 겹 패티가 선사하는 느끼함을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따랐죠.
햄버거의 고기 패티에서는 짠맛과 함께 느끼함도 느껴졌어요.
솔직히 짠맛이야 어찌어찌 참고 넘길 수 있었으나,
입안을 가득 메우는 고기들로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느끼함은 참을 길이 없었어요.
고기 패티의 밀도가 상당히 높다 보니,
한입 베어 물 때마다 퍽퍽함이 느껴지기도 했죠.
하지만 느끼함이 워낙 큰 문제로 다가왔던 탓에
다른 점들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쉑쉑버거의 치즈 후라이 위에는 치즈가 듬뿍 뿌려져 있었어요.
치즈가 식기 전에는 느끼함만 조금 많이 느껴졌죠.
하지만 치즈가 식고 나자 짠맛까지 덤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만약 쉑마이스터 버거 없이 치즈 후라이만 주문했다면,
꾸역꾸역 참고 먹을 만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쉑마이스터 버거가 주는 느끼함으로 인해
속이 진탕 엉망이 된 상태에서 치즈 후라이가 주는 느끼함까지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죠.
그나마 뜨거운 상태에서는 케첩이라도 찍어 먹으면 느끼함이 중화되곤 했어요.
참고로 케첩과 머스타드는 기본적으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중앙에 있는 분리수거 대에서 직접 가져와야 해요.
헤이즐넛은 맛이 굉장히 진한데,
마트에서 파는 동그란 킨더초콜렛과 상당히 흡사한 맛이었어요.
단것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저는 딱 반 모금만 마시고 손을 뗐습니다.
비교적 단것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도 두어 모금 마시고는 힘들어하며 포기했죠.
헤이즐넛을 먹지 않은 데는 단것을 싫어하는 성향도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솔직히 다른 두 메뉴로 인해 속이 느끼해진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콜라가 제일 맛있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리필이 불가해 콜라를 다 먹은 후에는 고통의 연속이었죠.
2인분 정도의 양에 불과했던 세트 메뉴 중 햄버거만 반씩 나눠서 다 먹고,
나머지 음식들은 거의 삼분지 이 이상을 남겼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말 오랜만에 방문하기는 했지만,
결론은 역시나였던 것 같아요.
쉑쉑버거가 추구하는 맛과 제 입맛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 다시 한번 체감되는 순간이었죠.
느끼한 것을 잘 먹는 사람에게 쉑쉑버거는 맛집이 될 여지가 높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처럼 느끼한 음식을 못 먹는 사람에게는 피해야 할 음식점이 아닌가 싶어요.
맛 뿐만 아니라 가성비도 엄청나게 떨어지는 햄버거 가게다 보니,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은 다시 방문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지긴 하더라구요.
'휴식 >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대 혼가츠? 혼가츠!! 언제가도 맛이 좋은 돈까스 맛집 (1) | 2018.12.27 |
---|---|
건대 로맨틱포차! 연인과 함께 분위기 좋은 로맨틱한 술집에서 한잔! (0) | 2018.12.24 |
제주도 춘심이네 본점 건강한 생선 구이 추천 (0) | 2018.12.14 |
피그인더가든! 강남역 근처 채식주의자를 위한 맞춤형 음식점 (0) | 2018.12.09 |
강남역 맛집 골목집! 파전과 막걸리가 맛있는 음식점! (0) | 2018.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