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맛집 골목집
파전과 막걸리가 맛있는 음식점
강남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술을 한잔 마시기 위해 열심히 인터넷을 서핑하던 중, 골목집이라는 전집을 발견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전날 해물파전이 먹고 싶었던 까닭인지, 평소였다면 선뜻 택하지 않았을 메뉴를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솔직히는 피치로 피치 올려라는 막걸리를 여자친구가 워낙 좋아하는데, 골목집에서 판다는 글을 보고 가기로 한 것도 있습니다.
주변에 맛집도 많고, 길도 많고, 사람도 많은지라 골목집을 찾아가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지도상으로만 봤을 때는 어딘지 단박에 알아차렸는데, 막상 그 건물로 가니 이상한 가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방문하실 분을 위해 알려드리자면, 미즈컨테이너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골목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맛집답게 눈보다 코가 더 먼저 골목집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골목 반 정도만 들어가도 전 부치는 냄새가 바람결을 타고 솔솔 풍겨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음식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골목집은 굉장히 푸근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만 놓고 보자면, 집 근처나 대학가 골목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법한 느낌입니다. 음식점 안에 가만히 앉아서 입구를 보고 있노라면, 갓 퇴근한 친구가 하루의 고단함에 대해 툴툴거리며 금방이라도 들어올 것처럼 말입니다.
내부는 상당히 좁습니다. 다행인 것은 2인 테이블 위주로 잘 배치해둔 덕분에 손님이 제법 들어가기는 합니다. 하지만 허리를 굽힐 때마다 뒤에 앉은 모르는 사람과 등으로 통성명하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가게 내부가 북적일 때만 생기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이러한 연유에서 시킨 음식들을 빠르게 해치우고, 다음 술자리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간혹 엿보이기는 했습니다.
강남역 맛집이라 할 수 있는 골목집의 벽에는 메뉴판이 따로 없습니다. 나름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목적이라 여겨지기는 하지만, 가게 내부가 상당히 비좁다 보니 메뉴판을 요청하고,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이 제법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메뉴판 자체가 특이하기는 했습니다. 나무 명패같이 생긴 나무 덩어리에 매직으로 메뉴들이 적혀 있었으니 말입니다.
판매하는 메뉴는 상당히 다양했습니다. 전 가게치고도 전 종류가 상당히 많았으며, 무엇보다도 전과 함께 곁들여 먹는 막걸리의 종류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술의 씁쓸한 끝 맛을 좋아하지 않아 술 마시는 것을 싫어하는데, 골목집에서는 조치원 복숭아 막걸리, 바나나 막걸리와 같이 끝 맛이 좋은 막걸리들도 많이 있어 마음 편히 술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막걸리도 팔기 때문에 다양한 입맛을 포용할 수 있습니다.
메뉴판에 적힌 가격만 놓고 보자면, 가격 자체는 굉장히 저렴합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음식점들의 물가가 기본 2만 원 언저리부터 시작하는 반면, 이곳은 가격대가 만원 중반에 포진되어 있었으니 말입니다. 나중에 음식이 나오고 안 사실이지만, 양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소식가가 아니라면 가격은 여타 강남 음식점들과 비슷하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주문을 완료하면 익은 김치와 양파절임이 기본 반찬으로 제공됩니다. 김치는 비주얼부터 상당히 먹음직했는데, 실제로도 푹 익어 맛이 좋았습니다. 양파절임은 그냥 시중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양파절임 맛이었습니다.
허름한 컨셉의 음식점이다 보니, 위생적인 부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직원분께 건네받은 젓가락은 갓 소독을 마친 듯 뜨뜻했으며, 젓가락 아래 까는 종이도 받을 수 있어 조금 의외이기는 했습니다. 특히나 젓가락 아래 까는 종이는 다른 전집을 비롯해 음식점들도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 아니면 잘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세심한 배려가 더 잘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소고기육전은 주문하고 10분 정도가 지나서 나왔습니다. 보통 전을 시키면 크게 한 덩이를 주고, 알아서 잘라 먹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가위라도 주면 다행이지, 아무것도 주지 않는 날에는 전 짜르랴, 이야기 나누랴 정신이 없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골목집은 딱 먹기 좋은 한 입 사이즈로 전이 잘려서 나옵니다. 덕분에 오롯이 이야기에만 신경을 쓸 수 있습니다.
강남역 맛집인 골목집에서 소고기육전이 처음 나왔을 때는 워낙 조각조각 잘려져 있었던 탓에 양이 제법 많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넓이만 넓다 뿐, 두께가 워낙 가늘었던 탓에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의 두께가 너무 얇은 탓에 입에 넣기 무섭게 사르르 녹아 내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마치 회를 먹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싼 가격과 가게 위치가 핫플레이스 중에서도 핫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역 부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납득이 가기는 했습니다.
기름 특유의 느끼함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고소함과 담백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서 상당히 좋았습니다. 계속 먹다 보면 기름 특유의 느끼함이 누적되기 때문에 김치 혹은 양파절임과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이 두 가지 기본 반찬으로도 느끼함이 풀리지 않을 때는 양파절임에 포함된 매운 고추를 하나씩 먹어주면 느끼함이 깔끔하게 잡히기는 합니다.
골목집은 막걸리 사발이 조금 특이하게 생겼는데, 박처럼 한 쪽에만 손잡이가 나 있습니다. 그런데 손잡이에 두 손가락 정도만 대충 걸어도 충분히 막걸리 잔을 컨트롤할 수 있다 보니, 술 마시기가 상당히 편해서 좋습니다. 또한, 사발 자체도 시원함이 잘 전도되다 보니, 술맛이 자연스레 올라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방문 당시 피치로 피치 올려라는 팔지 않았습니다.
골목집은 강남역에 있는 술집치고 그리 시끄럽지 않았습니다. 가게 컨셉인지, 그날따라 유독 조용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도 조곤조곤 얘기한 덕분에 분위기가 상당히 조용해서 좋았습니다. 여기에는 노랫소리가 크지 않았던 것도 크게 일조했다 생각합니다. 드라마에 배경음이 깔리듯, 얘기 소리 뒤로 잔잔하게 깔릴 정도의 음량이 계속해서 유지되었으니 말입니다.
보통 술집에 가면, 큰 소리를 내야 해서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골목집은 강남역인데도 불구하고 작은 목소리로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잘 되었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레 몸이 이완되었고, 더 빠르고 더 편하게 속 깊은 얘기가 나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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