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로에서 옥탑방고양이로 연극의 첫 포문을 연 후,
여자친구와 함께 연극 데이트를 한 번 더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하지만 초짜인 제가 연극을 고르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여자친구의 주도하에 티켓팅을 진행했죠.
라이어를 고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여자친구의 부탁 때문이었는데요.
사실 여자친구는 이미 라이어를 두 번이나 본 상태였죠.
그런데 본인의 경험상 너무나 재미있는 연극이었다며
꼭 같이 보고 싶다고 어필을 해왔어요.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선택을 했죠.
두 번째는 집에서 움직이기에는 대학로보다
코엑스가 훨씬 가깝다는 점이었어요.
거의 절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수준이다 보니,
집으로 돌아올 때 시간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상당히 큰 메리트로 여겨졌죠.
참고로 티켓 예매는 쿠팡을 이용했어요.
가격은 12월 기준으로
평일 12500원, 주말 15500원이었어요.
코엑스 라이어 예매 티켓(할인 링크)
참고로 라이어의 연령가는 만 13세이며,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은 딱히 없기 때문에
아직 서먹한 커플이나 가족끼리 봐도 괜찮을 거에요.
엄청난 수의 매장이 입점해 있는 코엑스의 특성상,
공연장이 위치한 코엑스 아트홀을 찾아가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공연장이 코엑스 깊숙이 위치한 게 아니라,
도로변에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죠.
혹시나 불안해하는 사람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삼성역 6번 출구로 나와 한 블록 직진하면 돼요.
좁은 횡단보도를 건너면,
왼쪽에 코엑스 건물이 나타날 텐데요.
이 방법마저도 헷갈린다면
푸드트럭이 일렬로 줄지어 서 있는 곳까지
걸어간다고 이해하면 될 거에요.
COEX 라는 간판 아래에 있는 출입구를 통해
코엑스 안으로 들어가세요.
그럼 바로 왼쪽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을 텐데,
그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2층 매표소가 바로 나타날 거에요.
참고로 계단 옆면에는
"아트홀로 가는 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을 것에요.
스타필드 코엑스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오시는 분들은
전시관을 찾아오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을 텐데요.
코엑스에서 이정표를 제시해주기 때문에
푯말을 따라서 전시회 건물 2층에 있는 아트홀로 가면 돼요.
연극 티켓은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수령이 가능하답니다.
하지만 주말이라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해,
저희 커플은 근처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1시간 15분 정도 일찍 갔어요.
매표를 위해 일찍 갔다면 두 가지 선택안이 주어질 텐데요.
공연장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사람들이 오면 줄을 서거나,
미리부터 서 있거나.
솔직히 어떤 것이든 크게 상관은 없어요.
하지만 좋은 자리를 위해 1등으로라도 줄을 서고 싶다면,
매표소 앞에 줄을 만들어서 서는 게 좋을 거에요.
그럼 피리 부는 사나이라도 된 것처럼
뒤로 사람들이 줄지어서 스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을 테죠.
매표 시간 10분 전까지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요.
하지만 5분 정도가 남게 되면,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들 게 되죠.
웬만하면 공영 상영 시간 1시간 10~15분 전,
즉 매표 시작 10~15분 전까지는
매표소 앞에 도착해 있는 것이 좋아요.
티켓을 수령할 때 필요한 정보는 3가지에요.
예매한 사이트, 이름, 핸드폰 번호 뒷자리.
문항 자체가 간단하다 보니,
티켓 수령 작업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편이죠.
참고로 연극을 보면 코엑스 내 주차료가 할인돼요.
원래는 1시간에 4800원이지만,
연극을 보면 4시간에 4800원으로 요금 조정이 이루어지니까
잘 이용하시면 좋을 거에요.
이 시스템은 "시간은 금이다"라는
주의를 가진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미리부터 코엑스에서 데이트를 하며 대기하고 있었던
저희 커플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시스템이었죠.
가장 앞줄 중간 부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으니까요.
단, 맨 앞자리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자리는 아니니,
본인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줄 서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을 거에요.
상세한 좌석까지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얼추 앞줄, 중간, 뒷줄 정도의 위치까지는 맞출 수 있을 것에요.
제 기준으로는 맨 앞자리보다는 3번째 줄 정도가 좋은 듯했어요.
맨 앞자리는 배우의 표정도 잘 보이고,
발성도 또렷하게 들린다는 장점이 있기는 했지만,
장시간 비스듬하게 올려봐야 하다 보니 목덜미가 조금 아팠거든요.
그래도 좌석에서 무대까지 공간이 좀 있어,
발을 편하게 뻗을 수 있는 점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요.
조금 특이하다 여겨지면서도 한번 앉아보고 싶었던 좌석은
양 사이드 2층에 위치한 좌석이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뷰가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다만, 자리가 선착순으로 배정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2층을 배정받는 게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기는 했어요.
참고로 좌석 배정은 앞, 뒤, 중앙, 2층 사이드 순으로 진행되며,
2층 사이드의 좌석은 앞으로 일렬로 되어 있는 형태에요.
공연장은 2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해요.
하지만 대부분 매표를 위해 일찍 방문하기 때문에
30~40분 남짓의 자투리 타임이
공통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럴 때는 각종 매장들이 들어와 있는 코엑스 지하에서
막간의 데이트를 즐기는 것을 추천해요.
딱히 갈 곳이 없다면,
별마당도서관이나 삐에로쑈핑에 가보는 것도 괜찮을 거에요.
연극이 시작되면 공연장 입장은 제한돼요.
그런데 연극 러닝 타임이 1시간 50분 정도로 상당히 길다 보니,
미리 화장실을 갔다 오지 않을 경우
중간에 큰 고비가 찾아올 수도 있을 거에요.
화장실로 가는 길은 이정표로 친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라 왕복 5~10분은 걸리기 때문에
시간 계산을 잘하고 가는 것이 좋아요.
코엑스 아트홀의 공연장은 무대는 물론이고
좌석까지도 대학로와는 때깔부터가 달랐어요.
축소판 콘서트홀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는데,
"역시 코엑스라 다르구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퀄리티였죠.
대학로에서 연극을 볼 때는 극장 내에서 한기가 상당히 많이 느껴졌어요.
마치 스산한 기운이 감돌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코엑스 아트홀의 공연장은 방한이 워낙 잘 되어 있어
한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죠.
심지어 관람객 중 일부는 땀을 흘리면서 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코엑스답게 짱짱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어요.
연기자 한 분이 주의 사항을 일러주는 것으로부터 연극이 시작돼요.
옥탑방고양이에서도 그랬듯,
라이어에서도 위트 있는 리딩에 따라
경직되어 있었던 초반 분위기가 많이 유들유들 해졌어요.
라이어는 두 집 살림을 하던 남자가
불의의 사고를 겪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돼요.
사고로 인해 두 집 살림에 대한 빌미를
경찰에게 제공하고만 주인공이 수사망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주변 모든 사람을 상대로 거짓말을 거듭하는 것이 핵심 줄거리라 볼 수 있죠.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그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며,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극이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상당히 재밌었어요.
솔직히 결말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과정을 설명해주는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워낙 뛰어난 덕분에
다 보고 난 후에는 그 결말이 묘하게 납득이 가는 것을 느꼈죠.
라이어는 살짝 독특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도 재미있기는 했지만,
연기자들의 연기가 더 큰 재미 요소로 작용했다 생각해요.
특히나 스탠리 가드너를 연기하신 분이
가장 맛깔나게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찌질함과 정신 나감의 경계를 오가는 연기가 수준급이었어요.
가히 이 배우가 나올 때마다 웃었고,
이 배우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가장 많은 관객이 웃었던 장면을 꼽아보자면,
연기자의 실수로 특정 소품이 부서져 버렸을 때가 아닐까 해요.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연기자들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떠올랐지만,
이내 빠른 상황 판단과 애드리브로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프로페셔널하면서도 웃겼거든요.
특히나 부서진 소품을 이용해 애드리브 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고쳐버렸을 때는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물론, 모든 장면이 웃겼던 건 아니에요.
중간중간 지루한 장면도 나오기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렸죠.
여러 연기자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신이 많다 보니,
잠깐이라도 멍을 때렸다가는
극이 훌쩍 전개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관객 참여형 연극은 무조건 거르는 편이에요.
하지만 라이어는 철저하게 배우가 이끌어가는 연극이다 보니,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어 참 좋았어요.
혹시나 연극 관람 후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면,
사람들이 나가는 틈을 타 찍는 것이 좋을 거에요.
모두가 퇴장하고 나간 뒤에는 청소 명목으로
퇴장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진을 못 찍을 수도 있거든요.
포스팅을 작성하는 지금까지 총 3개의 연극을 봤지만,
순수한 재미 측면에서는 단연 라이어가 가장 재밌었던 거 같아요.
여자친구가 그렇게 많이 웃는 거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로
시작부터 끝까지 배를 잡고 웃었던 기억만 가득해요.
비록 옥탑방고양이 때는 연극이 처음이라 낯섦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어 참 좋았어요.
내용 자체가 재밌기도 했고.
혹시나 연극은 보고 싶은데 경험이 없어
어떤 연극을 봐야 할지 망설이는 중인 분이 있다면,
라이어 한 번 봐보시기를 추천해요.
정말 빅재미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코엑스 라이어 예매 티켓(할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