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하나둘 스멀스멀 생겨나기 시작한 VR카페가
이제는 어딜가나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많아진 거 같아요.
인싸의 성지라 할 수 있는 강남역도 상황은 다를 바 없는 것 같아요.
골목 하나 지날 때마다 새로운 VR카페가 등장할 정도로 굉장히 많은 가게들이 포진해 있으니까요.
원래 강남역을 방문한 목적은 실내데이트 코스의 일환으로 방탈출을 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토요일 밤임에도 불구하고 예약도 하지 않고 찾아가는 무식한 대범함으로 인해
수차례 퇴짜를 맞은 뒤,
VR게임쪽으로 급하게 노선을 변경했어요.
어차피 한 번쯤 가볼만한 곳으로 나쁘지 않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죠.
더메이즈VR은 강남역 YBM 뒤편에 위치하고 있어요.
참고로 강남역에는 더메이즈라는 유사한 이름의 방탈출 카페도 있어요.
만약 방문 예정이라면, 더메이즈VR을 검색하셔야 해요.
뒤에 두 글자를 빼고 검색했다가는 가상 현실 게임하러 갔다가
진짜 현실 게임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VR카페는 입구부터 화려한 조명으로 무장하고 있어요.
고작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불과하지만,
새파란 조명과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LED 조명은 직선으로 뚫린 길에
왠지 모를 신비함과 불안감을 덧댔습니다.
실제 VR게임을 즐기게 될 출입문 너머도
혹시나 계단과 같이 으스스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내심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건물 내부가 환한 백색 조명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금세 마음이 진정되었습니다.
강남역 근처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하는 더메이즈VR은
이용방법이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져요.
혼자 한 방을 쓰거나, 두 명이 한 방을 쓰거나.
전자는 따로따로 VR게임을 하다 보니 개별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죠.
하지만 금액은 2배로 뛰게 되죠.
반면, 후자는 돈은 반으로 절약되지만,
플레이 타임 역시 반으로 줄게 되죠.
VR게임에 익숙하지 않다면 2명이 한 방을 쓰는 것을 추천해요.
보통 게임 플레이를 하기 전에 설명이 이루어지다 보니,
한 번에 못 알아듣는 경우가 간간이 발생하죠.
그럴 때 인싸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함께 온 사람과 열띤 토론을 나눈다면,
게임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
비록 그 사람 역시 처음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다만, 처음에는 안 해본 게임들 투성이라 호기심에
이것저것 해보는 과정에서 시간이 훅훅 가게 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처음 왔을 때는 약간 맛만 본다 생각하고 가는 게 마음 편할 수도 있어요
인싸력을 발휘해 친구들과 함께 VR카페에 방문한 뒤,
1인 1실로 입장한다면 인터넷을 이용한 멀티플레이가 가능해요.
다만, 이 부분은 제가 직접 해보지는 못했고 듣기만 한 부분이라,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직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인지,
불토임에도 불구하고 더메이즈VR은 굉장히 한적했어요.
내부에는 대략 15실 정도의 VR게임룸이 있었는데,
이용 중인 룸은 1/4 정도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설비나 서비스가 워낙 좋아,
강남역 근처 가볼만한 곳이라고 입소문만 탄다면
금방 흥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홀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게임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요.
이 시간은 플레이 타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플레이할 것들과 순서를 미리 정해놓고 들어가는 것이 좋아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뒤에는 플레이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게임을 고르러 홀에 갈 여력이 없기 때문이죠.
VR게임 변경 및 실행은 PC 내에 있는 스팀을 이용하면 돼요.
PC 자체가 매우 익숙한 플랫폼이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조작법 습득은 굉장히 빠를 수밖에 없어요.
"할 게임을 고른 뒤 플레이 버튼을 클릭하면 게임이 시작되고,
알트 F4로 게임을 종료하면 된다"가 전부이니 말이죠.
물론, 이 부분조차 어렵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직원분들이 홀에 항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 편히 도움을 요청하면 되니까요.
기기도 착용 자체는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머리에는 게임의 시야를 확보하는 기어를 쓰면 되고,
손에는 게임 내에서 실질적인 조작을 하게 도와주는 컨트롤러를 들면 되니까요.
더메이즈VR에서 제공하는 기어는 다른 카페에서 사용하는 것과
사뭇 다른 모양새를 가지고 있어요.
대게는 수경처럼 눈에만 쓰는 방식인 데 반해,
이곳은 소리를 듣는 헤드셋 부분의 길이를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도 있고,
위쪽에 달린 선의 길이를 조절해 VR기어 자체의 사이즈도 조절할 수 있죠.
열심히 머리를 흔들고, 점프를 해도
기기가 흔들리거나 빠지지 않아 참 편했어요.
보통은 조금만 움직임이 격렬해져도 얼굴에 쓴 기어가 흘러내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말이죠.
인터넷에 찾아보니 기기 자체의 가격이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싼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고급 장비에 대한 정보가 풀려,
가볼만한 곳으로 인식한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방문해보시기를 추천해요.
컨트롤러는 양손에 한 개씩 들게 돼요.
그런데 두 개의 컨트롤러가 각기 다른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플레이 시 유의할 필요가 있어요.
왼손이 동작해야 하는데 오른손을 움직이거나,
그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의외로 빈번하게 발생해요.
혹시나 아직 VR카페를 방문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3개 정도의 게임을 추천해보자면,
리치스 플랭크 익스피리언스와 비트세이버와 에밀리 원츠 투 플레이를 해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추가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펜싱스키까지도 해보는 것도 괜찮아요.
리치스 플랭크 익스피리언스는 가장 흔히 알고 있는 VR게임이죠.
고층 빌딩 옥상에 놓여진 외나무다리에서 케이크를 먹어야 하는 게임이에요.
솔직히 예전에 게임 플레이하는 것을 TV로 봤을 때,
이미 평지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시각적인 페이크가 있다고 해서
무서움이 들까 라는 궁금증이 자주 들었어요.
그런데 역시나 예상대로 안전하다는 것이 뇌리에 박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공포심이 전혀 생겨나지 않았어요.
발을 헛디디면 건물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데,
바닥과 부딪치는 순간은 살짝 두근거리기는 했어요.
만약 우수한 균형감각으로 떨어지지 않고 케이크 섭취에 성공했다면,
직원분들이 억지로 떨어뜨려요
직원분의 말에 따르면,
이 게임의 묘미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해서 추락할 때라고 해요.
만일 땅이 울퉁불퉁했다면,
체감도와 함께 공포심이 대폭 상승했을 것 같기는 한데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게임에 대한 접근법이 모두 저와 비슷한 것은 아니기에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좋아요.
예전에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꼭 해보고 싶은 게임을 발견했어요.
음악에 따라 나오는 노트들을 손으로 갈라서 쪼개는 VR게임이었는데,
운 좋게 더메이즈VR에서 그 게임을 만나게 되어 굉장히 기분이 좋았죠.
비트세이버는 노트를 쪼개는 것과 더불어
노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손을 휘둘러야 하는 게임이에요.
추가로 장애물 벽을 피하기 위해 요리조리 움직여야 하며,
양손이 다른 키로 인식되기 때문에
꼼꼼하게 노트를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이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죠.
그래도 재미는 확실했어요.
보통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곤 하는 여자친구조차도
이 게임에서만큼은 "미안한데 한 판만 더!"라는 욕심을 부릴 정도로 말이죠.
빅뱅의 뱅뱅뱅이나 트와이스 노래처럼 알 수 있는 노래들이 많다 보니, 절로 흥이 났죠.
노트들이 나오는 방식을 곰곰히 봤을 때, 실제 안무 기반으로 만들어진 듯했어요.
노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더 유리한 종목이라 생각해요.
직접 플레이하는 것도 재밌지만,
한껏 뻣뻣한 몸을 이끌고 열정적으로 춤추고 있는 상대방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어요.
강남역 더메이즈VR의 최고 문제 게임인 에밀리 원츠 투 플레이에요.
이 VR카페에서 게임을 하다 보면,
비명을 넘어선 괴성이 사방에서 들려와요.
마치 T익스프레스라도 타는 것처럼 말이죠.
무슨 게임을 하는지 정확히 모를 때는 비명 소리가 워낙 카랑카랑하다 보니,
귀가 많이 아파 짜증이 조금 나기도 했어요.
과도하게 오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게임을 켜고,
본 스테이지에 진입하는 순간 알 수 있었어요.
들려 오고 있는 비명은 연출이 아니며,
수십 초 내로 저 역시도 괴성을 지르게 될 것임을 말이죠.
인싸가 되고자 하는 성숙한 블로거로서 스포를 하지는 않을게요.
솔직히 하자마자 죽어서 스포할 거리도 없기는 하지만요.
가뜩이나 겁이 많은 사람이 잔뜩 움츠린 자세로 덜덜 떨며 플레이한 결과,
고작 1분 만에 게임이 오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축축해지고 어깨가 결려왔어요.
어깨야 가끔씩 결리기는 하지만,
손에 땀을 흘린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왠지 모를 머쓱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죠.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하지만 심장이 약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해요.
안 놀랄 수가 없는 게임입니다.
심적 부담이 엄청 심한 게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공포에 절어 있는 상대방의 모습을 마음 편히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어요.
비록 곧바로 저도 동일한 처지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했지만 말이죠.
끝으로 펜싱스키에요.
스키를 타는 게임으로써 VR기어를 쓴 머리의 기울기로 이동 방향을 조절하고,
컨트롤러로 속도를 증가시키거나 점프를 할 수 있죠.
스키장에서 타는 스키를 거의 그대로 이식해왔다고 봐도 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현실에 없는 뭔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평소에 멀쩡했던 사람이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플레이어도 재밌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관찰자가 더 재밌는 게임이 아닌가 싶기는 해요.
저와 여자친구 모두 가장 깔깔대며 즐겼던 게임이기도 하고 말이죠.
다만, 체력 소모가 크기도 하고,
방향 전환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통에 어지러움이 발생할 수도 있죠.
다른 게임들도 더 해보기는 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죠.
에밀리 원츠 투 플레이는 임팩트가 강렬했고,
비트세이버는 플레이의 재미가 있었으며,
펜싱스키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죠.
아이돌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는 비트세이버를 가장 재밌게 즐기기는 했죠.
강남역 더메이즈VR에서 게임을 할 때,
양옆의 벽에 부딪치는 것을 주의하시는 것이 좋아요.
방 넓이가 대략 3~4미터정도로 보여졌는데,
펜싱스키나 비트세이버와 같이 액티비티한 게임을 하다 보면
벽에 들이 박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요.
물론, 벽 근처로 다가가면 VR기어에서 신호를 주기는 하지만,
한참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발견하기가 힘들었어요.
발견한다 하더라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는 탓에 위험을 인지하기도 힘들었고 말이죠.
조금 아쉬운 점은 티비가 작다 보니,
관전하는 맛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엄연히 2인 비용을 내고 입장한 건데,
화면이 잘 보이지 않다 보니 기다릴 때는 지루함이 유발될 수밖에 없었죠.
하다못해 빔프로젝트로 벽에다가 큼지막하게라도 쏴주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결제한 시간이 끝나게 되면, 직원분이 와서 알려주기 때문에
시간 오버에 대한 걱정을 미리부터 사서할 필요는 없어요.
만일 종료 시점인데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
진행하던 것은 마무리하라고 하기 때문에 직원분이 오기 전까지는 안심하고 즐겨도 괜찮아요.
보통 VR카페에 가면 게임 따라
철새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야 해서 귀찮음이 많이 발생했어요.
하지만 더메이즈VR은 방을 하나 배정받은 뒤,
원하는 게임들을 하는 방식이라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어 좋았죠.
혹시나 기계치라 걱정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조작이 어렵지도 않거니와 직원분들도 굉장히 친절하기 때문에
겨울철 혹은 여름철 실내데이트 코스로 강력 추천해요.